『장군님과 농부』- 참된 지도자의 의미를 묻는 권정생의 해학과 풍자

진정한 '장군'은 누구인가?

"진정한 지도자란 누구인가?"

이 질문은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창비 출판사에서 출간된 그림책 『장군님과 농부』는 이 질문에 대한 권정생 작가 특유의 해학과 깊은 통찰이 담긴 답변을 들려줍니다. 이성표 화가의 서정적인 그림과 어우러진 이 작품은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어른들에게는 묵직한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권정생, 그가 전하는 메시지

권정생 작가는 한국 아동문학의 거장으로, 『몽실 언니』, 『강아지 똥』 등 많은 작품을 통해 약자와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습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생명 존중, 평화, 노동의 가치 등 인간 존재의 근본적 가치를 탐구합니다.

『장군님과 농부』는 권정생 작가의 이러한 문학적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전쟁과 권력, 도망과 노동, 진정한 리더십에 관한 깊은 성찰을 유쾌한 이야기로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진정한 '장군'의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장군님과 농부』 줄거리

이야기는 한 마을에 전쟁이 일어나면서 시작됩니다. 적군에게 포위당한 장군은 부하와 백성들을 뒤로 한 채 홀로 도망칩니다. 마을 사람들도 모두 피난을 떠난 상황에서, 오직 한 농부 할아버지만이 자신의 땅을 지키며 묵묵히 농사를 짓고 있었습니다.

굶주리고 지친 장군은 우연히 이 농부를 만나게 됩니다. 장군은 농부에게 함께 도망치자고 설득합니다. 농부는 자신의 집과 밭을 지켜야 한다며 처음에는 망설이지만, 결국 장군의 간청에 못 이겨 함께 마을을 떠나 바다로 향합니다.

바다에 이른 두 사람 앞에는 무인도가 보입니다. 농부의 손재주로 뗏목을 만들어 함께 무인도로 건너가고, 그곳에서 농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즉 농사를 지으며 살아갑니다. 반면 장군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단지 소식만 기다립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섬에 배가 도착합니다. 백성들과 병사들이 섬으로 건너오고, 놀랍게도 그들은 장군이 아닌 농부에게 절을 올립니다. 한 병사가 말합니다.

"이분의 손을 보십시오. 쉴 새 없이 노동을 하여 거칠고 못이 박여 있습니다."

이 말과 함께, 진정한 지도자는 바로 농부임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병사는 덧붙입니다.

"모든 백성들이 바로 장군입니다."

작품이 전하는 깊은 메시지

『장군님과 농부』는 단순한 동화를 넘어, 다층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1. 참된 지도자의 자격

이 이야기는 무엇보다 '참된 지도자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장군은 위기 상황에서 백성을 버리고 도망쳤고, 무인도에서도 아무런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농부는 자신의 땅을 지키려 했고, 무인도에서도 자신의 노동으로 생명을 일구었습니다.

진정한 지도자는 화려한 옷이나 직함이 아닌,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백성과 함께하는 사람임을 이야기는 보여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모든 백성들이 바로 장군"이라는 말은,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것이 아닌, 모든 이가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상징적으로 담아냅니다.

2. 노동의 가치와 생명 존중

농부의 거칠고 굳은살이 박인 손은 노동의 숭고함을 상징합니다. 권정생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가치와, 노동을 통해 생명을 일구는 행위의 소중함을 강조합니다.

장군이 무인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기만 했던 것과 달리, 농부는 계속해서 씨를 뿌리고 가꾸었습니다. 이는 인간의 본질적 가치가 생산적 노동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3. 평화와 비폭력의 메시지

작품의 배경이 되는 전쟁과, 그 속에서 권력자(장군)의 무책임한 행동은 폭력과 전쟁의 무의미함을 드러냅니다. 반면 농부가 보여주는 평화로운 삶의 방식은 비폭력과 공존의 가치를 상징합니다.

권정생 작가는 이처럼 대비되는 두 인물을 통해 전쟁과 폭력이 아닌, 평화와 생명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성표의 그림이 전하는 이야기

『장군님과 농부』에서 이성표 화가의 그림은 이야기의 감성과 메시지를 더욱 풍부하게 만듭니다. 아크릴릭 물감과 색연필을 사용해 바다와 파도,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특히 장군과 농부의 대비되는 표정과 몸짓, 무인도의 변화하는 풍경 등은 이야기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강화합니다. 처음에는 황량했던 무인도가 농부의 노동으로 점차 풍요로워지는 모습은 그림을 통해 더욱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또한 장군의 화려한 의복과 농부의 소박한 옷차림의 대비, 농부의 손에 초점을 맞춘 장면 등은 이야기의 주제를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요소입니다.

함께 나눌 수 있는 질문들

『장군님과 농부』를 아이들과 함께 읽은 후,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대화를 나눠보세요:

1. 장군과 농부는 어떤 점에서 달랐나요?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 방식, 무인도에서의 생활 태도 등을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2. 농부의 손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노동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3. "모든 백성들이 바로 장군"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민주주의의 의미와 공동체 속에서 모든 이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4. 진정한 지도자는 어떤 사람일까요? 리더십의 의미와 좋은 지도자의 자질에 대해 논의할 수 있습니다.
5. 농부가 무인도에서 한 일과 장군이 한 일은 무엇이 달랐나요? 생산적 활동과 책임감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6. 만약 농부가 장군과 함께 가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선택과 결정의 의미,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7. 전쟁이 끝난 후, 마을 사람들은 왜 농부를 진짜 장군으로 여겼을까요? 진정한 가치와 인정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가치들

『장군님과 농부』를 통해 아이들은 다음과 같은 가치와 교훈을 배울 수 있습니다:

1. 책임감: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것의 중요성
2. 노동의 가치: 땀 흘려 일하는 것의 소중함과 생산적 활동의 의미
3. 진정한 리더십: 겉모습이 아닌 행동과 헌신으로 증명되는 참된 지도자의 모습
4. 평화와 공존: 폭력과 전쟁이 아닌, 평화로운 삶의 방식 추구
5. 민주주의와 공동체: 모든 이가 동등하게 중요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의 가치

마치며: 모두가 '장군'인 세상을 꿈꾸며

권정생 작가의 『장군님과 농부』는 단순한 동화를 넘어, 우리 사회와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화려한 직함이나 겉모습이 아닌, 행동과 헌신으로 증명되는 진정한 가치에 대한 이야기는 시대를 초월해 울림을 줍니다.

"모든 백성들이 바로 장군"이라는 작품의 마지막 메시지는, 특별한 소수가 아닌 모든 이가 주인공이 되는 세상에 대한 권정생 작가의 염원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꿈말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며, 진정한 '장군'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그리고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노동의 가치를 깨닫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장군'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해주세요. 권정생 작가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분명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할 것입니다.